우울한 날의 추억



오늘은 정말 우울한 하루였다. 아침 일어나자마자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가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둠과 비온 소리 때문에 철저히 분위기를 망치는 날씨였다.

나는 아래로 내려가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식사의 맛도 없이 유유히 시간이 흘러갔다. 그 말달려 있는 머릿속 오로지 어둠과 무기력으로 가득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비온 날에도 기분이 좋다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우울감을 더해줄 뿐이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단호한 강수에 말라몰라 비온 소리에 그들의 목소리는 나한테 닥쳤다. 내 산성인 얼굴은 나를 통과했고, 그들의 소리는 내 두 귓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먼 밖에서 보라색 형체도 들어올 수 없는 내 안에서만 끄집어 낸 것이었다.



결국 시작부터 실패였다. 오늘 모든 것은 나에게 혐오감을 불어넣었다. 친구들과 함께한 점심 시간동안, 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마치 먼 시간을 건너뛴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식탐도 사라졌고, 사람들은 나 사실상 없던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소외된 느낌은 더욱 깊어졌다.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에게 이런 기분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나와의 대화는 없었다. 엄마는 바빠서 인지 날 돌아보지 않고 바로 주방으로 돌아갔다. 날 보이게 하려는 의도도 없었고, 그저 마루 위에 울리고 있던 지주의 소리와 나만의 마음 속 상처가 충돌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도 어느 순간 창밖 비가 그치면서 함께 사라져갔다. 낯선 광경이었다. 비는 멈추고, 햇빛은 창을 통해 나에게 들어왔다. 온도와 강도조절하는 작은 햇빛이 나의 속안을 비춰주었다. 그리고 그런 햇빛은 더 이상 내 안에 들어올 방법이 없을 때까지 나와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하루가 거의 끝나가지만, 난 영원한 우울감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다. 어둠, 비, 마음의 상처들은 모두 잠시였고, 햇빛이 떠나버린 후의 저 늦은 시간에도 남아있는 나만의 속삭임은 창밖에 있는 모든 것을 이겨낼 것이다. 이제 난 향기로운 책의 향기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