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로 선선한 가을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저문 햇살이 가을 향기와 함께 내 방안을 채워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깨에 얇은 가디건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나무 위로 어슬렁 어슬렁 떨어지는 낙엽들이 내 발밑에 닿을 때마다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런데도 온몸에 풍덩거리는 가을 햇살은 따뜻하게 내 몸을 감싸 주었다. 이제까지 더운 여름을 견뎌내며 정말로 왜 가을에는 이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도착한 공원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른들은 책을 읽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난 나만의 작은 자리를 찾아 앉아 가을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을은 언제나 일상을 잠시 멈추게 만든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을 보면 맑은 눈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작은 동물들도 가을에는 마치 날씨와 함께 변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힘들게 찾아봐야 했던 동물들이 가을이 오면서 나타나 공원 곳곳에 자연스럽게 머물고 있다.
가을날씨에 사람들도 다들 다정해지기 마련이다. 서로 흩어지는 땔감을 봐도 친절하게 도와주기 시작하며 가벼운 대화까지 나눌 수 있었다. 더운 여름에는 사람들이 많은 기후를 고려해 마음을 내킬 수 없었던 것 같은데, 가을이면서 사람들이 다정해진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 속 깊이 얼마나 날이 좋은지 느끼던 가을 햇살 또한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긴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게 되어 정말로 기쁘기까지 했다. 평소에는 참 빠져들기 쉽지 않았던 그림 같은 순간들을 오늘은 가을 햇살을 받으며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하루가 저물어 가던 그 순간, 가을 햇살은 점점 옅어져 가면서 그 볼을 내려놨다. 하지만 가을의 매력은 여전히 내 맘속에 남아있었다. 이제는 가을이 지나가고겠지만, 오늘의 하루를 저녁에 쓴 일기를 통해 다시금 그 매력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나 내일도 다시 가을 햇살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때의 날을 기다리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